오리너구리(학명: Ornithorhynchus anatinus)는 오스트레일리아와 태즈메이니아 섬 토종의 반수서성 단공류(單孔類) 포유류의 일종이다. 가시두더지 4종과 함께 현존하는 다섯뿐인 단공류이며, 가장 원시적인 포유류인 동시에 난생(卵生)의 번식 방법을 택하고 있는 극소수의 포유류 중 하나이다.[2][3]
또한 오리너구리속, 오리너구리과에서도 유일하게 현재까지 명맥을 잇고 있는 종이자 모식종으로, 같은 오리너구리과에 속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다른 여러 종은 모두 화석으로만 발견된다. 다른 단공류 포유류처럼 오리너구리 역시 전기수용을 통하여 먹이의 동작을 포착한다. 포유류 가운데서는 매우 드물게도 독성 물질을 지니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신경독을 보유하고 있고, 수컷 오리너구리의 뒷발 며느리발톱과 연결된 독샘을 통해서 분출되며, 인간이 여기에 베일 경우 찌르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수반한다. 알에서 태어나지만 어미의 젖도 먹는다.
암수가 모두 날카로운 며느리발톱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발목 뒤쪽의 독샘을 통해 독성 물질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수컷뿐이다.[29][30][31] 이 독은 오리너구리가 가진 고유 면역 체계를 통해 생성되는 디펜신류 단백질(DLP)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셋은 오리너구리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물질이다.[32] 이 단백질들은 병원균을 물리치는 항체의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독으로 사용될 때도 있다. 개와 같은 비교적 작은 동물들에게는 치명적이지만 사람에게는 그 정도로 효과가 강하지는 않다. 그러나, 한 번 쏘인 후 뒤따르는 고통은 매우 지독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32][33] 환부에는 부종이 급격히 생겨나며 점차 쓰라리는 부위가 넓어진다. 오리너구리 독에 쏘인 사례들 가운데서 상당수가 고통이 악화되어 심하게는 두세 달 동안까지 가는 통각과민을 앓는다고 한다.[34][35] 다리에 있는 독샘은 콩팥처럼 꽈리샘 형태를 띠고 있으며, 며느리발톱이 달린 발꿈치뼈까지 독을 전달하는 가느다란 독관이 있다. 암컷 오리너구리는 수컷만큼 다리 부분의 내분비선이 발달하지 않아 며느리발톱은 있으나 유독물질을 사용할 수 없다.[17]
오리너구리가 가진 독은 포유류가 아닌 다른 생물들이 사용하는 독과는 듣는 방식과 원리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사람에게는 목숨에 지장이 없을지언정 대상자를 해치거나 손상시키에는 충분히 강한 독이라고 이를 수 있다. 수컷만이 독샘을 발달시키고 주로 번식기에 이 독의 분비가 활발해지기 때문에, 본 목적이 이 기간 동안 다른 수컷들에게 텃세를 부리기에는 제격인 공격 도구였을 것이라는 추정도 존재한다.[32]
이미 멸종한 포유동물 가운데서는 이와 같은 구조를 지닌 며느리발톱을 가지고 있는 포유류들이 적지 않은데, 이것은 이 구조가 비단 단공류에게만 국한되어 있는 특징이 아니라 많은 선대 포유류들의 특징 중 하나였을 가능성을 시사해 주고 있다.[36]
조류와 혼동되거나 조류와 포유류의 중간종이라는 오해를 받으나, 실제 유전적으로는 조류보다 파충류에 더 근접한 포유류이다. 오리를 닮은 부리, 비버를 닮은 꼬리, 수달을 닮은 발을 가진 다소 우스꽝스러운 외모에 알을 낳는 생태까지 겹쳐, 서구 박물학자들은 살아 있는 오리너구리를 확인하기 전까지, 1799년 학계에 기증된 오리너구리의 표본을 가리켜 다른 여러 동물들의 부위를 뒤섞어 조작해 놓은 가짜 표본이라고 의혹을 제기한 바도 있었다.[4][5]
태즈메이니아섬을 포함한 오스트레일리아의 동부에 서식한다. 뉴사우스웨일즈주의 상징동물이기도 한 오리너구리는[6][7][8] 20세기 초까지 모피를 얻고자 남획당했으나, 현재는 모든 서식지에서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인공번식으로 개체 수를 불리는 것이 어렵고 환경 파괴와 수질 오염에 취약하지만, 아직까지 개체 수의 폭락이나 눈에 띌 만한 위협은 보이지 않는다.오리너구리가 서방 학계에 존재가 처음 알려진 것은 1798년으로, 대영 제국의 해군 장교이자 뉴사우스웨일스의 2대 총독이었던 존 헌터(영어: John Hunter)가 간략한 스케치와 털가죽을 본국에 보냈다.[9] 오리너구리의 생김새를 처음 본 영국 학자들은 장교가 새빨간 사기를 치고 있다고 여겼다.[10] 이 동물을 저서 《자연도감(Naturalist's Miscellany)》에 처음 기록한 조지 쇼는 해당 책을 통해 이 동물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으며,[11] 스코틀랜드의 동물학자 로버트 녹스는 아시아의 박제사가 재미로 만든 것일 것이라는 추측을 드러냈다.[10] 공통적으로 오리너구리는 누군가가 비버와 비슷하게 생긴 설치류 동물에 억지로 오리 주둥이를 달아 놓은 가짜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조지 쇼는 심지어 표본에 가위날을 들이대고서 부리를 꿰매 놓은 자국이 없는지 확인하기도 했다.[12]
오리너구리를 뜻하는 영단어 플래티퍼스(Platypus)는 그리스어 단어인 플라투포우스(πλατύπους)에서 따온 것으로, 이 낱말은 그리스어로 '평발'을 의미한다.[13][14][15][16] 쇼는 맨 처음에 오리너구리 종에 플라티푸스 아나티누스(Platypus anatinus)라는 학명을 부여했으나, 이미 해당 속명이 암브로시아바구미(Ambrosia Beetle)의 한 속의 이름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17] 요한 블루멘바흐는 1800년 오리너구리의 속명을 고쳤고, 그 결과 오리너구리의 학명은 오르니토린쿠스 파라독수스(Ornithorhynchus paradoxus)가 되었다.[18] 이후 학명의 명명법 원칙 가운데 먼저 쓰인 종명을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에 의거하여, 최종적으로는 오르니토린쿠스 아나티누스(Ornithorhynchus anatinus)가 되었다.[17] 오르니토린쿠스 역시 그리스어 단어(그리스어: ορνιθόρυγχος)에서 따온 말로서, 새 주둥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또한 아나티누스는 라틴어 형용사로 '오리를 닮은'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현재 오리너구리는 현존하는 단공목 포유류 5종 가운데 하나로 분류되고 있으며, 동시에 오리너구리과에서는 유일하게 명맥을 잇고 있는 종으로 기록된다.[19]
호주에 세워진 최초의 영국 식민지 가운데 한 곳에서 1788-1801년 동안 부임했던 데이비드 콜린스(David Collins)는 오리너구리를 보고 두더지 종류로 추정되는 양서동물이라 기록하였으며, 오리너구리를 묘사한 간단한 그림도 남겼다.[21]
오리너구리가 속해 있는 단공류는 포유류 가운데 돌고래 같은 해양 포유류 몇몇을 제외하면 전기수용 능력을 가진 유일한 갈래이다.[37] 단공류는 근육의 수축을 통해 생기는 미세 자기장을 탐지하는 것으로 먹이가 어디 있는지를 간파해 낼 수 있다. 오리너구리의 전기수용 감각은 단공류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나고 예민하다.[38][39]
오리너구리의 전기수용기는 부리에 집중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는 기계수용기에 비해 부리 가에만 편재되어 분포하고 있다. 전기수용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은 촉각을 수용하는 대뇌피질에 포함되어 있고, 몇몇 피질 세포는 두 가지 모두 받아들이기도 한다. 부리로 느낄 수 있는 두 가지 감각은, 마치 펜필드의 호문쿨루스에서 사람의 손이 차지하는 감각만큼이나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40][41]
오리너구리는 전기수용을 통해 전기 신호가 오고 있는 방향 또한 파악할 수 있는데, 전기수용체로 흘러들어오는 신호의 세기나 파장을 구별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귀상어가 그러듯이 오리너구리는 먹이를 찾을 때 부리를 좌우로 흔드는 동작을 취하는데, 전술한 요인이 그 습성의 유력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전기 신호와 촉각, 두 가지를 한꺼번에 느끼는 대뇌 피질 구조 덕분에, 오리너구리는 먹이가 움직일 때 내보내는 미세한 자기장과 압력, 맥박 등을 모두 포착할 수 있다. 두 가지 신호는 동시에 오지 않고 시간차를 두고 오는데, 이것 역시 먹이를 탐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39]
물속에서 먹이 사냥을 하는 도중에는 시각도 후각도 뾰족히 쓸모가 없기 때문에 오리너구리가 사냥에 들어가면 자맥질할 때마다 물이 새어들어가지 않도록 차단하기 위해 눈과 콧구멍을 닫는다.[42][43] 전기수용 능력에 대한 어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오리너구리는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사람 손으로 만든 가짜 새우에도 반응했다.[44]
오리너구리가 왜 이와 같은 전기수용 능력을 뛰어난 수준으로 발달시켰는가 하는 의문에 대하여, 과학자들은 혼탁한 물 속 환경에서 먹이를 잡기 위하여 시각과 후각 대신 촉각을 예민한 수준으로 발달시켰을 것이라는 설을 제기하며, 이는 어쩌면 오리너구리가 이가 없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45] 오브두로돈(Obdurodon)이라는 멸종된 단공류 역시 전기수용 감각을 이용해 먹이를 잡았으나, 이 종은 현생 오리너구리와는 달리 하천이 아닌 바다에서 살았다는 차이가 있다.
단공류의 전기수용 체계는 대체적으로 보다 물과 가깝거나 습기 찬 기후를 가진 서식지를 가질수록 더 발달 수준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수중 생활을 하는 오리너구리는 전기수용 체계가 단공류 가운데 가장 탁월한 반면, 습윤 기후에서 주로 서식하는 긴코가시두더지 3종은 오리너구리보다 덜 발달된 전기수용 체계를 가지며, 건조 기후를 선호하는 짧은코가시두더지는 단공류 가운데 가장 전기수용 능력이 미약하다.[40]
앞뒤로 길쭉한 몸에 굴곡지고 넓적한 꼬리가 있으며, 부리와 발을 뺀 나머지 몸 전체가 털로 빽빽하게 뒤덮여 있다. 털 색깔은 보통 진갈색 내지는 고동색을 띠지만, 지역에 따라 노란색이나 연회색에 가까운 털 색을 지닌 개체가 발견되기도 한다.[22] 질감이 두더지의 체모와 매우 비슷한 이 털은 낮은 기온에 대하여 단열·방수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12][17][23] 또, 둥글넓적한 꼬리는 낙타의 혹처럼 지방을 비축하는 데 쓰이는데, 이는 태즈메이니아데빌과 같은 여타 포유류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다.[24] 발의 물갈퀴는 앞발에 달린 것이 더 넓고 뚜렷하게 발달되어 있는데, 물 속에서는 헤엄을 잘 치게 해 주고 뭍으로 올라올 때는 지표면을 걷기에 알맞게 접힌다.
넓적하게 비죽 튀어나와 있는 주둥이와 그보다 면적이 작은 아래턱은 오리 부리를 닮았으나, 새 부리처럼 딱딱하지 않고 연한 피부와 거죽으로 되어 있어서 촉감이 물렁물렁하다. 주둥이 끄트머리에 두 콧구멍이 있고, 눈과 귀는 홈이 패인 듯 움푹 들어가 있다. 그런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오리너구리가 헤엄을 칠 때는 물이 새지 않도록 이 부분을 쉽게 여닫을 수 있다.[17] 기분이 언짢을 때 낮고 떨리는 울음소리를 내며, 오리너구리를 사육하는 시설에서는 개체들끼리 여러 가지 음성 신호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하는 듯한 행동이 목격된 바가 있다.[12]
몸무게의 범위는 0.7-2.4kg로, 수컷이 암컷보다 더 크다. 수컷은 평균 50cm에 달하는 데 반하여 암컷은 그보다 살짝 작은 평균 43cm에 이른다.[17] 지역마다 조금씩 덩치에 차이가 나는데, 이는 기후와는 뾰족한 상관관계가 없으며 인간 거주지역이 들어서거나 포식자의 개체 수와 같은 환경적인 요인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25]
진수하강에 속한 다른 동물들이 체온을 37°C로 유지하는 데 반해, 오리너구리는 평균 체온 32°C를 유지한다.[26] 이 낮은 체온에 대해서는 단공류 본연의 특질이라 하기보다는, 단공류의 극도로 적은 가짓수 등의 요인을 고려할 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점진적인 진화로 인하여 이루어졌다는 주장에 더 신빙성이 있다.[27][28]
한편, 새끼 오리너구리는 위턱에 소구치 1개와 어금니 2개, 아래턱에 어금니 3개, 도합 치아 6개가 관찰된다. 이빨은 보통 독립하기 전에 빠지며, 대신 케라틴으로 이루어진 판이 올라온다. 이 판은 먹이를 붙잡거나 으깨는 데 사용하며, 치아의 역할을 대신한다.[17]
'이것저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로사우루스 (0) | 2020.04.02 |
---|---|
유럽 찌르레기 (0) | 2020.04.02 |
우리가 몰랐던 홀로코스트 (0) | 2020.04.01 |
고대 이집트 종교 알아보기 (0) | 2020.04.01 |
오스트레일리아청개구리 너무 녹색이다 (0) | 2020.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