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찌르레기(European starling)는 참새목 찌르레기과에 딸린 중간 크기의 연작류이다. 서양에서는 그냥 찌르레기(common starling)라고 하면 이 종을 가리킨다. 학명은 스투르누스 불가리스(Sturnus vulgaris). 신장은 약 20 센티미터이다. 기름진 검은 깃털은 금속성 광택이 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흰색 반점이 앉는다. 다리는 분홍색이고, 부리는 동절기에 검은색, 하절기에 노란색이 된다. 어린 개체는 성체에 비해 깃털 색깔이 보다 갈색에 가깝다. 매우 시끄러운 새로, 남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군서 습성을 지닌다. 노랫소리는 거슬리지만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뛰어난 흉내 능력이 예로부터 유명하여 켈트 신화 산문집 《마비노기온》이나 대 플리니우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에서도 관련된 언급이 있다.
유럽찌르레기는 수십 개의 아종이 있으며, 유럽과 서아시아의 온대 기후를 자생 서식지로 삼는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멕시코, 페루, 아르헨티나, 포클랜드 제도, 브라질, 칠레, 우루과이, 남아공, 피지 등지에 외래종으로서 전래되었다.[2] 이 새는 남유럽 및 서유럽과 남서 아시아에서는 텃새이고, 그 외의 지역에서는 북동 유럽 등지에서 여름을 나고 이베리아 반도와 북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이다. 자연적 또는 인공적인 구멍 안에 어수선한 둥지를 짓고 네다섯 개의 윤기 있는 창백한 파란 알을 낳는다. 알이 부화하는 데는 2주 정도가 걸리며, 새끼는 3주 동안 둥지 안에 머무른다. 1년에 한두 번 번식을 시도한다. 잡식성으로 다양한 무척추동물과 식물의 씨, 열매를 먹는다. 다양한 포유동물 및 맹금류가 이 새를 먹이로 삼으며, 각종 기생충이 그 몸 안팎을 숙주로 삼는다.
유럽찌르레기 떼는 해충 구제에 도움이 되어 농업에 유익하다. 그러나 유럽찌르레기가 열매나 싹을 뜯어먹으면서 오히려 해수가 될 수도 있다. 유럽찌르레기는 도시 지역에서는 수탉처럼 횃소리를 내는데 이것이 매우 시끄럽고 어지러워서 사람을 성가시게 만든다. 외래종으로 침투된 지역들에서는 도태 작업을 비롯한 각종 활동을 통해 개체수를 조절하려 하고 있으나,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를 제외한 다른 지역들에서는 그러한 시도들은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 1980년대 이후 북유럽과 서유럽에서는 그 개체수가 감소 추세에 있다. 성장기 병아리의 먹이로 삼아야 하는 초지의 무척추동물이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인 개체수는 그다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국제자연보전연맹은 유럽찌르레기를 관심 불필요(least concern) 종으로 분류했다.
1758년 《자연의 체계》에서 칼 폰 린네가 유럽찌르레기를 처음 기재했고, 그때 붙은 이명법이 현재까지 학명으로 사용되고 있다.[3] 속명 "스투르누스(Sturnus)와 종명 "불가리스(vulgaris)는 각각 라틴어로 "찌르레기", "흔한"이라는 뜻이다.[4] 고대 영어 스타에르(staer)는 뒤에 스타레(stare)가 되었고, 이는 라틴어 "스투르누스"와 기원전 제2천년기에 존재한 정확한 발음은 알 수 없는 동일한 어원을 공유한다. 영어 표현 "스탈링(starling)이 처음 발견되는 것은 11세기 문헌으로, 이때는 유럽찌르레기의 어린 개체만을 이르는 표현, 즉 stare + ing(새끼라는 뜻)였다. 그러다가 16세기가 되면 "stare"가 오히려 덩치 큰 개체들을 가리키는 표현이 되고 찌르레기를 전반적으로 가리키는 표현은 "스탈링"이 되었다.[5]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내 창문가의 찌르레기 둥지〉에는 옛 표현이 사용되어 그 원제는 "The Stare's Nest by My Window"이다.[6] 국제조류학회의는 스투르누스 불가리스의 영어 통상명으로 "그냥 찌르레기(common starling)"를 선호한다.[7]
찌르레기과(Sturnidae)는 구세계에만 존재하는 분류군으로, 다른 지역에서 발견되는 찌르레기과의 동물은 모두 외래종이다. 가장 많은 찌르레기과 종이 발견되는 지역은 동남아시아 및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이다.[8] 찌르레기속(Sturnus)은 다계통군으로서, 찌르레기속에 속하는 종들 사이의 관계는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못했다. 유럽찌르레기와 가장 가까운 근연종은 민무늬찌르레기이다.[9] 비이주성 민무늬찌르레기는 빙하기 때 이베리아 반도에 고립된 유럽찌르레기 개체군들의 후예로 생각되며,[10]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연구는 민무늬찌르레기가 아예 유럽찌르레기의 아종에 불과할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유럽찌르레기 개체군 사이의 유전적 변형이 특정 지명된 유럽찌르레기와 민무늬찌르레기 사이의 유전적 변형보다도 크다.[11] 유럽찌르레기 화석은 플라이스토세 중기부터 발견된다.[12] 그러나 찌르레기과 전체의 화석은 부족하여 찌르레기과에 속한 종들의 관계를 밝히는 데 어려움이 되고 있다.[10]
아종
유럽찌르레기는 다수의 아종이 있으며, 성체의 덩치와 깃털 크기가 연속변이적으로 달라진다. 지리적 범위에 따라 변형이 점진적으로 또 매우 광범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학자들마다 그 아종을 각기 다르게 잡게 된다.[13][14]
유럽찌르레기의 신장은 19–23 cm, 익폭은 31–44 cm, 체중은 58–101 g이다.[15] 날개시위는 11.8–13.8 cm, 꼬리는 5.8–6.8 cm, 부리는 2.5–3.2 cm, 부척골은 2.7–3.2 cm이다.[15] 깃털은 훈색성 검은색으로, 보라색 또는 녹색 윤기가 돌고, 겨울에는 흰색이 반짝인다. 같은 시기에 비교했을 경우 성체 수컷이 성체 암컷에 비해 배에 반점이 적다. 수컷의 목덜미 깃털은 길고 헐렁하여 과시행동을 할 때 쓰인다. 암컷의 목덜미 깃털은 보다 짧고 빽빽하다. 다리는 다부지고 분홍색 혹은 회색이 도는 붉은색이다. 부리는 좁고 끝이 뾰족한 원뿔형이다. 겨울에는 부리가 흑갈색으로 변한다. 여름이 되면 암컷은 부리가 레몬색이 되고 수컷은 청회색 바탕에 노란 색이 된다. 털갈이는 1년에 한 번, 번식기가 끝난 늦여름에 한다. 새로 난 깃털은 끝부분에 흰색(가슴 깃털) 또는 담황색(날개 및 등 깃털) 포인트가 있어서 마치 몸에 반점이 뿌려진 것처럼 보이게 된다. 번식기가 되면 이런 날개끝 색깔은 점차 지워져서 반점이 거의 없어진다. 새끼는 회갈색이고, 태어나고 첫 번째 겨울을 날 때가 되면 성체와 비슷한 깃털을 갖추게 된다. 다만 털갈이가 늦으면 이때까지 어린 깃털을 아직 약간 남길 수도 있는데, 특히 머리가 그렇다.[13][20] 홍채 색깔로 유럽찌르레기의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데, 수컷은 주로 진한 갈색이고 암컷은 쥐색이 섞인 갈색 또는 회색이다. 홍채와 동공 사이의 색조 대비를 통한 암수 구분은 그 정확도가 97%이며, 목덜미 깃털 길이까지 고려하면 98%까지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21][22] 유럽찌르레기는 찌르레기과 중에서도, 연작류 전체 중에서도 덩치가 중간 정도 간다. 개똥지빠귀나 찌르레기사촌, 소형 까마귀 같은 크기가 비슷한 다른 연작류와 비교했을 때 유럽찌르레기는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찌르레기는 이들 다른 연작류에 비해 꼬리가 상대적으로 짧고, 부리가 거의 날붙이처럼 뾰족하며, 배가 둥글고, 적갈색 다리는 크고 강인하다. 비행할 경우 끝이 뾰족한 날개와 어두운 색깔이 특징적이며, 땅에 내려왔을 때는 다소 희한한 비틀거리는 걸음거리가 또한 쉬운 구분 기준이 된다. 유럽찌르레기의 색깔과 체격은 다른 찌르레기들과 비교했을 때 쉽게 구분된다. 유전적으로 근연관계인 민무늬찌르레기도 유럽찌르레기 성체에게서 보이는 특유의 훈색 반점이 없어서 신체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23]
다른 찌르레기들과 마찬가지로 유럽찌르레기는 땅에서 폴짝폴짝 뛰기보다는 걷거나 달리는 식으로 움직인다. 비행 실력은 다소 강인하고 딱부러진다. 삼각형 날개는 매우 빠르게 퍼덕이고, 주기적으로 짧은 활공을 하여 힘을 보충하면서도 그렇게 많은 높이를 떨어지지는 않는다. 떼를 지을 때면 유럽찌르레기들은 거의 일제히 움직이면서 일심동체로 몸을 돌리고 틀며 기동한다. 이리 되면 마치 몇 가닥 줄기를 지닌 커다란 덩어리가 되어 움직이는 것과 같다. 이후 땅에 앉을 때도 상당히 조직적으로 움직인다.[20] 철새 유럽찌르레기는 속도 60–80 km/h로 날 수 있으며 항속거리는 1,000–1,500 km에 이른다.[24]
찌르레기속의 많은 육생성 찌르레기들은 땅을 여기저기 캐 보며 먹이를 찾기 좋도록 두개골과 근육이 진화했다.[25] 이 진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유럽찌르레기를 비롯한 몇 종으로(나머지는 민무늬찌르레기, 흰뺨찌르레기), 유럽찌르레기의 턱을 벌리는 견출근은 커져 있고 두개골은 좁아져 있다. 이로써 눈이 앞으로 움직여 부리 아래쪽을 살필 수 있게 된다.[26] 이 기술은 부리를 땅에 처박고 헤집으며 숨어 있는 먹잇감을 찾아 나서는 데 도움이 된다. 유럽찌르레기는 이러한 섭식 습성에 유리한 신체적 특성을 갖추고 있으며, 이것이 이 종이 널리 퍼진 성공적 요인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15]
이베리아 반도, 북서 아프리카, 지중해 서부에서는 유럽찌르레기가 민무늬찌르레기와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민무늬찌르레기는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깃털에 무늬 없이 민짜 단색으로만 되어 있다. 가까이에서 보면 민무늬찌르레기의 목덜미 깃털이 좀더 길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깃털 길이 차이는 노래를 떠들지 않을 때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다.[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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